연극

좋은 희곡이 풍성한 무대를 만나서 <수인의 몸 이야기>

구보씨 2009. 12. 25. 12:33

 

창작예찬 두 번째 프로그램의 첫 작품, <수인의 몸 이야기>, 덕분에 잘 보고 왔습니다. <수인의 몸 이야기>를 보는 내내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봤습니다만, 흠... 좋은 희곡은 다른 부분을 누르지 않고 더불어 살아난다는 단순한 원칙을 배웠지 싶습니다.

 

사실 구성과 진행이 짐짓 일일 아침드라마에 비견될까 싶기도 했는데요. 수인의 몸에 걸리는 정체모를 하중이, 지극히 수인의 친정, 시댁, 남편, 아이, 직장까지 개인의 문제로 그려지지만 결국 그 문제들을 보고 동의를 할 수 있는 건, 수인의 정체모를 통증이 바로 구조적인 사회 전체의 틀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니 병원에서도 점집에서도 교회에서도 그녀의 통증을 해결할 수가 없지요. 접근 방식에서 일일드라마를 얘기했습니다만, 친숙한 방식이나 소재가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동시대 여성들에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확실한 편이니까 말이죠.

 

우리가 쉽게 패배자라고 단정하는 이들, 그러니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노숙자를 예로 들었는데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노가다라도 하면 되지 않나?" 하는 선입견으로 보는 부분이 수인에게서 원인 없는 통증인 셈이지 싶은데요.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연극에서는 희화적으로 그린 주변 사람들의 풍경 역시 그리 행복해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려나 해결책은 이 작품의 몫이 아니라 관객의 몫이겠지요.

 

노골적인 잦은 탑 조명 사용이나 희화적인 구성이 주제와 맞는가, 가 좀 걸리긴 했지만 극단 지구연극의 무대, 배우, 연기! 참 좋았습니다. 역시 연극은 배우 예술이지요. 창작예찬의 지원이 있었기에 풍성한 무대가 가능했지 싶습니다. 짧은 공연 기간이 작가 못지 않게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