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 콘서트

[말로밴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멋진 재즈의 선율

구보씨 2009. 9. 17. 12:44

제목 : 재즈 판타지 "말로 밴드"

일시 :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2시

장소 : 신세계 백화점 10층 아트홀

출연 : 말로밴드



말로의 2003년 앨범에 수록된 ‘벚꽃지다’를 특히 좋아하는 후배를 통해서 알게 된 ‘말로’. 후배가 불현듯 시간을 내지 못해 혼자서 본 공연이다. 말로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만 신촌블루스의 신들린 여성 보컬들 한영애, 정서용, 정경화, 그리고 요즘 들어 종종 듣는 강허달림에 비해 폭발력이 좀 부족하다고 할까, 좀 밋밋하다고 할까 평소 그렇게 여겼던 터라 이날 공연을 가야할지 좀 고민을 했다.


평일 낮 시간, 그것도 이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분명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보게 될 공연이다 보니 더욱 망설여졌는데, 이왕 시간을 낸 터라 머뭇머뭇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말로도 그렇지만, 더불어 등장하는 밴드에 대한 기대가 솔직히 더 컸다. 재즈 공연을 자주 본 것은 아니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즉흥연주를 비롯해서, 직접 보는 것과 화면으로 보는 것은 정말 천양지차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드럼 등 뮤지션들이 등장하고, 뒤 이어 말로가 등장했다. 그리고… 백화점 낮 공연에 과연 최선을 다할까 싶은 우려를 싹 씻는 엄청난 공연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니, 간간이 보이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나 할머니, 아주머니를 모두 하나로 만드는 그 놀라운 실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보는 말로가 내가 전에 앨범으로 듣던 그 말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파워가 차고 넘치는 재즈, 블루스, 두왑 등 아메리카노를 기대했다가 제대로 뽑아낸 에스프레소의 향과 맛에 완전히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녀의 공연 레퍼토리도, 듣기 편한 쉬운  곡만 섞은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골고루 선보여서 재즈란 무엇인가, 를 톡톡하게 보여주었다. 뮤지션들이 그녀의 즉흥에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한 공연이었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 장소에서 완전히 말로에게 흠뻑 빠지고 말았다. 이번 공연은 정말이지,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