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내 어머니와 [다홍치마]

구보씨 2008. 10. 16. 14:39

포스터만 봐서는 어떤 작품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뒤져서 리뷰를 들춰보지 않았다면 평생 봤는지도 모를 뻔했네요. 전국향 배우나 선종남 배우는 이제 저도 눈에 많이 익은데요.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시간을 적은 감상을 보니 희미하게 기억이 납니다. 요 사이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와 데이트를 못했는데, 어머니 모시고 공연장을 다시 찾아가야겠습니다. 고은 시인은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밥숟가락을 보고 '저곳이 극락이다'라고 했다는데, 배웠다 싶고, 느꼈다 싶지만 금세 잊어버리는 게, 자식인가 싶습니다. 유구무언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보러 갔습니다. 어머니께서 일흔이 넘으실 때까지 연극이나 뮤지컬을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 정말 불효자지요. 그동안 무능한 남편, 대책없는 자식들 때문에 환갑이 넘도록 고생만 하셨거든요. 그래서 근래 어머니와 공연을 보러 다녀요. <다홍치마>는 어머니 세대 얘기라 그런지 감회가 새로우신 듯 했습니다. 연극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이 보이셨어요.


그 동안 연극을 봐도 늘 재미있게 잘 봤다고는 하셨지만, 제목은 기억 못하시고, "이순재 나오는 그.... 황정민 나오는 그..." 이런 식이셨는데요. 이 연극만은 제목을 똑똑히 알고 계시더라구요. "유명한 배우가 안 나와서 좀 그렇죠?" 물었더니 "아니야. 다홍치마는 우리 얘기잖니?" 하시더라구요. 연기도 너무 좋았다고 하십니다. 제가 보기에도 정말 잘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그간 소극장 '축제'에서 하는 공연을 몇 번 봤는데요. 작은 무대를 그 정도까지 꾸미고, 또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얘기가 할머니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얘기라... 아무래도 젊은 층이 대부분인 대학로에서 어떻게 공연장까지 끌고 오는가가 참... 힘겨운 게 아닌가 싶었어요.

 

연극을 보고 나면 정서적인 소통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봤구요. 노인대학이나 관련학과, 사회봉사단체 등에 홍보를 해서라도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할머니의 성얘기 등 실제주변부의 얘기이나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소재와 주제여서 저에게도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