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남산예술센터 서치라이트Searchwright] 이러지도저러지도어데로

구보씨 2018. 3. 17. 08:39



'서치라이트(Searchwright)'는 남산예술센터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작품의 아이디어를 찾는 리서치부터 리딩과 무대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전단계를 수용한다. 미완성의 공연과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무대 언어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관객과 상소 공유하며 그 발전 가능성을 탐색한다. - 서치라이트 소개

 

남산예술센터가 다른 국공립극장과 도드라지게 차이를 보이는 기획이라면 서치라이트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기획이 꼭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지속해야 한다는 당위에 충분히 동의하면서도 좀처럼 극장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남산예술센터의 책임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내가 남산 기획자가 아니므로 제작 과정에 어느 정도를 관여하는지 알 수 없지만, 주로 예산, 일정 외에 선정 이후 작품의 질은 전적으로 예술가들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신진 공연예술가들 가운데 양질의 장인wright을 골라내는Search 능력은 남산예술센터의 몫이다. 올해 76편 가운데 6편을 선정해서 올린다고 하니 지원율이 꽤 높다. 이미 성폭력 고발을 계기로 허무하게 무너진 대학 및 극단의 도제식 작업 외에 서치라이트는 갈수록 꽤 유의미한 작업공간일 수 있다. 형식면에서 다소 구태의연한 부분도 있고, 새로운 형식이나 작품성을 담보하지 못할 바에야 좀 더 많은 공연예술인들에게 기회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낭독극 형식이라면 굳이 남산예술센터 무대일 필요가 없다. 남산 공연 이후 서울시의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과 만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만나서 그 취지처럼 소통할 여지를 생겨야 하는데, 하루 1회 공연으로 충분할지 모르겠다.

 

쇼케이스 공연인이러지도저리지도어데로역시 그러하다. 40분 남짓 라디오 부스를 상정한 무대는 소극장 혹은 관련 시설에서 공연이 가능하다. 생방송으로 보이는 라디오라는 설정으로 녹음이 가능한 라디오 방송에 비해 열린 방송 형식을 취한다. 이는 성소수자 영화 리뷰를 다루는 방송 주제가 그렇듯, 한국사회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짐짓 열린 듯한 혹은 점차 열린 지향성을 가진 듯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하지만 생방송 진행 과정과 방송 뒤편의 제작 부스에서 동시간대 벌어지는 상황과 중간중간 쉬는 시간 게스트와 제작자와 사회자가 뒤엉키는 상황은 현재 한국사회의 낮은 성차별 지수 혹은 속내에 관한 일종의 풍자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코미디 형식을 따르면서 관객들이 낯설지만 부담 없이 성차별 혹은 위계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읽어낼 여지가 있다.

 

박근형 연출이 참여해 여러모로 영리한 선택을 한 작품이고, 앞서 다양한 경로로 관객 노출에 대한 바람을 적었지만 작품 자체로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편은 아니다. 짧은 시간 내에 갈등과 해소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고전문학에서 흔히 보이는 왕자와 공주, 남녀 사이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대신 그 틀 속에 남녀를 뒤바꾸거나 남남으로 접근한다. 그들 사이 질투, 시기가 풍자로 성공할 수는 있어도, 작품이 노리는 표적이 중세시대 당시 윤리가 아니므로 초점이 다소 흐릿하다. 공연시간이 늘어날 경우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지만 자체로 한계가 있어 90분 넘는 이야깃거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