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멜린] 젊은 예술가들이 온다

구보씨 2015. 9. 9. 12:54

제목 : 하멜린

기간 : 2015/09/09 ~ 2015/09/20

장소 : 예술공간 오르다 (구.우석레퍼토리극장)

원작 : 후안 마요르가

번역 : 김재선

연출 : 김지은

출연 : 박찬국, 김재구, 손인수, 이유진, 김장동, 김윤주, 이지연, 진영선, 류성철, 이장환

주최, 주관 : 극단 대학로극장



우연치 않게 신인 연출가들의 작품을 연이어 볼 기회가 생겼다. 극단 수의 <약간의 통증>과 극단 대학로극장의 <하멜린>이다. 두 작품 모두 소극장경험이 많은 극단 작품으로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이 참여했다. 창작극이 아닌 번역작을 택했다. 무대 위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무대가 간결하고 깔끔하다. 꼭 필요한 소품만 갖추고, 조명, 음향 등 과도한 효과를 절제했다.


그러니 소극장 작품이지만 무대를 넓게 활용한다. ‘예술공간 오르다’는 여러모로 극장 조건이 좋지 않은 편이다. 민간극장으로 효율성을 떨어져 서울연극협회가 위임을 받아 구조 변경을 거쳐 운영하는 곳이다. 서울연극협회가 운영하는 이상, 다른 민간 극장에 비해 극장 임대료 부담이 낮은 편은 장점이다.

 

등퇴장로 없이 무대 위에 모든 배우들이 앉아 대기한다. 무대 중앙 테이블 혹은 배우들이 직접 들고 옮기는 의자가 주요 포인트이다. 해설자가 등장해 극 전반에 걸쳐 소개를 하면서 극중 단역으로 참여해 극을 함께 이끈다. 배우들이 작은 무대 안에 같이 있으므로 등퇴장에 잠시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어난 사건(실제)을 극으로 재구성하면서 장이 바뀔 때마다 통상 암전으로 처리하는 대신 부분 조명으로 무대를 쪼개 집중을 시킨다.

 

극은 빠른 전개를 선택해 긴박감을 높인다. 사건 보고서를 보듯 핵심만 간추렸다는 인상을 준다. 극중 아역이 있으나 연기 톤을 일정하게 가져가기 위해 성인배우가 대신한다는 설명을 해설자는 덧붙인다. 그러나 시계톱니처럼 맞아떨어지면서 증인, 증거, 진술, 언론 플레이까지 기소한 검사의 시점에서 명쾌하게 해결이 되리라고 봤던 사건은 조금씩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초침처럼 점차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제목인 〈하멜린〉은 동화‘피리 부는 사나이’의 배경 도시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은 공동 이익을 위해 암묵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동의를 했고, 이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연극 <하멜린>의 결말은 동화와 다른 듯이 보인다. 그러나 돈으로 아동성추행을 일삼은 부자이자 자선가 리바스에 대한 주민들의 암묵적 함구는 곧 제2의 리바스를 출현하게끔 할 것이다. 더불어 검사 몬테로의 가정도 행복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들 하이메의 반항 혹은 방황은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를 묻게끔 한다.

 

사진 속 앳된 김지은 연출작은 처음인데, 프로필을 보니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 먼자들의 도시>을 무대에 올리는 등 묵직한 작품을 맞상대해왔다. 연약한 인상에 비해 소극장 안에 10명의 배우를 몰아넣고, 대 선배격인 배우들을 주제를 향해 강하게 몰아붙이는 특징은 새로운 연출의 발견이다. 국공립극장이 생기면서 중견 연출가들의 겹치기나 다름없는 연출을 봐왔다. 새로운 세대들이 도래할 시기가 되기도 하였다.* 




사진출처 - 극단 대학로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