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 이선_2016년 인권연극제] 이 말도 저 말도 전해라
제목 : 2016년 인권연극제 초청작 _ 세자 이선
일시 : 2016년 3월 25일-31일
장소 : 성북마을극장
출연 : 박경주, 장원경, 최지숙, 이운호, 이사랑, 안영주, 최지숙
작 : 임선아
각색 및 연출 : 이대희
제작 : 극단 고래
인권연극제는 "차별의 논리를 거부합니다.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지지합니다." 차별과 편견 속에 소외되고 소수로 내몰린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연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예술인과 연극인, 활동가, 시민이 모여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가을, 인권연극 축제를 열어왔습니다. -인권연극제 소개 중에서
연극 세자 이선은 광대들이‘이야깃거리 금지령’ 때문에 나라의 검사를 받아 통과한 내용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광대답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며 굶주리느냐, 나라에서 시키는 치우친 이야기만 하며 배를 채우느냐 고민하면서 시작한다. 인권을 다루는 문제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과거나 미래를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하니 늘 정확하게 판단해 해석을 내리는 게 인권위원회의 일이다. 그런데 2016년 봄, 대한민국은 검열을 따르지 않으면 연극(광대)인들이 굶어죽을 판인가? 실제로 그러한가? 과장이 있지는 않은가?
마당극이란 게 해학으로 답답한 현실을 어르고 달래는 일인데, 현실 기반에 근거한 마당이 단단하지 않으면 풍자극은 단박에 매력이 떨어진다. 관객은 알쏭달쏭한데 광대들끼리 죽겠다고 엄살을 떠는 꼴이다. 마당극은 개흙에 빠져 과장과 억지만 남아 외면을 당하기 십상이다.그 와중에 과장이 섞을 수 있다.
새누리당의 여성할당제 위반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상식적인 유권 해석은 아직도 국가인권위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 씁쓸하다. 이번 새누리당의 성차별 진정에 대해 인권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두고 볼일이다. [명숙 칼럼] 자기가 만든 여성할당제도 어기는 새누리당과 국가인권위 (민중의 소리2016-03-16)
국가인권위원회 유명무실하다는 건 여러 차례 말이 많았지만 근래에도 뭔가 있었나 보다. 새누리당이 여성할당제를 어기고, 시민사회와 상의도 없이 엉뚱한 검사 출신 양반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한 모양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건 뭔 배짱인가? 여성계와 시민사회를 무시하는 건가? 선거에 전혀 지장이 없으니 무시해도 좋다는 사인이다. 실제로 해프닝 정도로 넘어갔다. 그런데 지원받지 않으면 작품을 올리지도 못하는 연극인들 개중 몇몇이 나섰다고 해서 정부나 여당이 검열 문제로 스크래치나 났을까?
아무려나 관객이 보는 시각과 연극인이 느끼는 불안 사이에는 갭이 무지막지하게 크다. 연극 검열이 있었는지, 도를 지나쳤는지 모르는 관객이 태반을 넘을 것이요,지원을 받으니 검열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도 꽤 있다. 연극인들도 세상 부조리를 다 아는 척하지만 그런지 반성을 해보아야 하긴 하다. 아무려나 ‘세자 이선’이 광대극인 점은 관객 입장에서 과하게 보이긴 한다. 허나 알게 모르게 지원을 받으니 다소의 검열은 당연할 수도 있고, 알아서 기는 자기검열로 이어지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데, 관객이란 것들은 알아주지도 않는 상황이라면, 연극인을 위한 연극인의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한 풍자극이 필요하다.
나름 왕가의 갈등을 다룬 셰익스피어 작품이 수두룩하기도 하여, 햄릿과 왠지 비스무리한 분위기가 살짝 나는 왕세자 얘기를 하였다. 지지로 못나 뒤주에 갇혀 똥 싸고 죽은 왕세자를 옹호하는 이야기라 뭔가 어색하다. 자고로 마당놀이라 함은 대립각이 확실해서 왕이나 왕세자나 똥 굵게 싸는 그놈들이 그놈이라, 다 한 패거리로 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이거다.
검열이면 다 나쁜 것이고, 왜곡이면 다 나쁜 것이다, 라는 의미일까. 이들이 하는 얘기 역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데, 극중에서 말하길 누가 맞는 얘기를 하는지 모르면 두 입장에서 다 알려주는 게 맞는다는 대사는 참말로 맞는 말이다. 극단 고래 젊은 배우들이 좁은 무대에서 고생이 많았다. 유흥가 간판이 대문짝한데, 극장 간판은 이쑤시개만 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참 고달프다 싶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고마운 공간이다.
극단 고래 입장에서도 아마 무상 출연이다 싶게 참가하는 공연이지만 명색이 인권연극제이니 만큼 앞으로 참여하는 극단은 인큐베이팅 공연보다 완벽한 작품으로 참여했으면 한다. 어차피 돈이 아닌 가치를 따르기로 하였으니 좋은 선례가 남아야 한다. 물론 앞서 말했듯 연극 세자 이선의 완성도가 높다.*
사진출처 - 극단 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