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나이트_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 공식초청작] 거리가 아닌 무대에서 만난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 공식초청작
<올나이트> ㅣ 연필통X프락시스
“서로를 외면한 채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쪽방촌 사람들,
죽어서도 삶으로부터 놓여나지 못하는 귀신들,
산 자의 밤과 죽은 자의 밤, 그들의 모든 밤들이 만나 다시 ‘삶’을 이야기 한다.”
[일시] 2015년 7월 23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미아리 예술극장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177 (서울시 돈암동 51-49)
15세 이상 관람가 / 60분(공연), 30분(관객과의 대화) / 일반 10,000원
원작 오세혁
연출/각색/기획 전은정
음악/무대감독 홍보람
무대협력 이종승
기술협력 민새롬
배우교사 이정미
연주 김인웅
사진 김명집
교정 이지향
진행 정주헌
진행지원 박상병 안상협 지우형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
대표 원성원, 김지연
예술교육감독 김병주
출연진 전원조, 김영수, 임채일, 이상훈, 이정미, 주의식, 지연화, 김재일, 장영환, 이홍렬, 정유철, 서보경, 오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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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통은 노숙자 혹은 노숙자였던 이들이 참여하는 극단이다. 이들과 함께 하는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 PRAXIS’는 '참여자 중심, 과정 중심의 연극을 통해 파울로 프레이리가 주창한 ‘함께 배워가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연극으로 사회적 소통을 꿈꾸는 교육연극단체'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2012년에 극단을 세웠고, 아직은 교육이나 협업이 필요한 듯 하다.
다시 말해 '프락시스'와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가 서울시사업 참여를 통해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고 보는 게 맞다. 관객과 만나기 전에 '무대에 바로 서기'는 그들 스스로 말하듯 여러모로 의미 있는 경험이고 체험일 것이다. 자칫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한 변방연극제 안에 지원금을 받아야-다른 의미로 대한민국 극단 현실이 비슷하지만-존속 가능한 극단과 만남은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성격이 다르지만 지자체나 공공기관 사업을 진행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중간점검 정도 되는 낭독공연이나 과정을 짧은 다큐로 소개한 영상이 사업제출용처럼 보이기도 한다(사업성과보다 늘 뒷처리하기에 바빴던 시절의 추억이고... 이런 시선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사업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했던 사업의 경우 '한 사업으로 지원금을 한 기관이상 받을 수 없다'였으므로 국가지원을 받지 않는 변방연극제는 참여하기 딱 좋은 상황일 수도 있다.
극단 연필통 초창기를 보면 사회면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도 그렇거니와, 교육으로 참여로 연극의 기능을 주목하는 데에는 성공한 듯 하다. 과정을 잘 모르지만 관객 입장에서 교육은 물론 실제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도 지원금이 넉넉하게 지원되길 바란다. 다만 극단 연필통을 일종의 사회적기업 형태와 비슷하다고 본다면 역시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지 고민일 것이다.
듣기로 노숙인 대상 활동 단체 가운데 사업으로 재사용가게를 운영하면서 기존 가게들이 동네에 있는 와중에 사업성이 있는가를 두고 고민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동네 안에서 기증을 받고 물건을 팔고 뭔가를 같이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주민들 안으로 녹아드는 과정이 수익을 내는 목적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연스럽다'는 것인데, 배우로 역량을 가늠하기 앞서 희곡 '올나이트'가 그러한 지는 의문이 들기도 하다. 전방위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는 연출가이자 극작가 오세혁의 원작을 오세혁 버전으로 보지 못해 확정할 수 없지만, 빠른 전개에 특유의 너스레와 사이사이 재치 있는 유머를 섞는 스타일에 비하면 극단 연필통 버전은 아무래도 다르다.
30회 차 가운데 12회 차를 소화하고 올린 무대를 감안해야겠지만, 동선이 거의 없는 낭동극임에도 속도가 느리고 기운이 진중하고 무겁다. 그들의 이야기를 덧입힌 만큼 허구와 다큐 사이 어디쯤에 있는 이야기라는데,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에서 공동으로 참여하는 제작진이 어떻게 연출을 끌어갈지 궁금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교육극으로 한계를 본 이상 완성작이 그리 궁금하지는 않다.
“노숙인들의 예술적 성취를 통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고양하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노숙인에 대한 편협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지 못한 이유를 '프로배우'가 아닌 데에서 찾자면 극단 연필통의 존속 이유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야기가 그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면 동화나 해피엔딩보다 그분들의 실제 삶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 작업 역시 그들 안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꼭 암울하고 처절한 이야기만 있지 않을 것이다. 연극을 올리면서 겪는 과정을 담아도 좋을 텐데, 아무튼 배우나 관객이 부러 감동을 해야만 하는 당위를 줄이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들 가운데 이른바 프로무대에 설 수준을 갖춘 배우를 양성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그럴 시력을 갖춘 분들이 있었으니 당연하다. 프로무대에 서고 또 그 경험이 쌓인다면 극단 연필통은 프락시스로부터 자연스럽게 독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 사업비를 따와서 공연을 올린다면, 그야말로 삶에 치여 이런저런 핑계로 나서지 않고 상상만 하는 좀처럼 이루지 못하는 꿈을 이루는 멋진 경험을 하게될 것이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이런 1차원적 고민을 내부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또 진행 중인데 변방연극제에서 잠깐 본 모습으로 쉽게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저 극단 연필통이 굳이 노숙자 극단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울림을 주는 극단이 되길 희망한다. 그분들은 배우들이 돈으로도 사지 못할 경험을 해본 이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