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독 : 짤막극 넷 곱하기 둘_한예종] 무조건 배우가 사랑스러워 보이게 해야 한다

구보씨 2015. 6. 9. 16:56

6월 9일부터 13일까지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지하 소극장 2곳에서, 이 학교 출신 작가들이 모인 '창작집단 독'의 작품 '하얀 독'과 '까만 독'이 올라갔다. 이들의 말로 2005년 이후 지금은 평균나이 37세, 30대와 40대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선배들의 작품을 후배들이 올린 셈이다. 한예종 연극원은 아는 사람을 알듯, 사회에서 예술가를 하다가도 오는 바, 학생들 면면이 기성 작가이자 연기자이자 연출이기도 하다.


일반 관객에게도 익숙한 김한내 연출이 희극을 다룬 '하얀 독' 을 맡았다. 연출의 글에서 그녀는 총연출을 맡은 이상우 교수에게 들은 얘기를 적었다. '연습 중에 잘 풀리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내가 없는 술자리에서 늘근 연출님이 내어놓은 해결책을 전해들었다. "무조건 배우가 사랑스러워 보이게 해야 한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 말은, 일주일 쯤 후 성북구 고시원에서 죽은 중년 남자의 비보와 겹쳐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한예종 출신의 40대 연극 배우 김운하 혹은 김창규... 권투도 했고, 격투기도 했고 건강한 몸 하나로 연기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한예종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학교이다. 예술지망생들의 꿈이기도 하고, 배우 김고은을 비롯해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말 좋은 배우와 작가와 연출을 배출했다. 




'창작집단 독' 누군가는 그를 알지 않았을까. 그래서 15분 짜리 짤막한 희곡 안에 그리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작품을 올린 게 아닐까. 연극을 보러 종종 같이 다니는 선배가 그의 사진을 문자로 보냈다. 그러면서 왠지 낯이 익다고 했다. 선배가 그러니 나도 그런가 싶기도 했으나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흔... 짧은 인생보다 '간단한 프로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는 기사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회사 경력직도 아니고 프로필이 중요한가. 배우로 열심히 살았거나 적어도 살고자 했을 것, 후회도 하고 비관도 하고 싫기도 햇을지 모르지만... 유작 앙코르 공연을 준비했다고 하니 무대를 사랑했을 것이다. 한 무대에 서면 주조연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연극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배우, 판명진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두 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조건 배우가 사랑스러워 보이게 해야 한다."


연출의 목표가 그렇다면 사랑스러운 배우들을 사랑스럽게 기억하는 게 관객의 몫이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나서 연극 배우들을 좋아하지만 사랑스럽게 봤는지 모르겠다. 배우를 사랑스럽게 보겠다. 사진을 보면 참 밝고 사랑스럽다. 그렇지 않은가.



[독]을 만든 한예종 사람들, 누군가의 후배이자 선배 혹은 스승


사진출처 - 한국예술종합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