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돌아온다_제2회 종로구 우수연극축제] 집으로 혹은 무대로

구보씨 2015. 10. 6. 13:48

제목 : 돌아온다_제2회 종로구 우수연극축제 공식초청작

일시 : 2015/10/06 ~ 2015/10/25

장소 : 대학로 엘림홀

출연 : 윤상호, 이황의, 김곽경희, 리우진, 유안, 강유미, 정연심, 신진철, 박복안, 한일규, 명인호, 배은아, 이해미, 맹선화, 문학연

작 : 선욱현

연출 : 정범철

제작 : 극단 필통



정범철 연출은 무대 안에 즐겨 식당을 들이는 편이다. 창단멤버이자 대표로 있는 극단301 창단1주년 기념 공연 <삼겹살 먹을 만한 이야기(이하 삼겹살)>(우석레퍼토리 극장209.12)의 배경인 삼겹살집이 그랬고, 작년에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 <만리향>의 중국집이 또한 그랬다. 극단 초창기 옴니버스극 <삼겹살>은 소극장 무대가 대학로 골목 어디쯤 있는 아담한 술집 풍경과 다를 바 없이 옮겨온 듯 했다. 제작 여건에 비해 사실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술자리를 빌어 풀어내는 이야기 구조가 비슷하고 단순해 에피소드에 비해 전체적인 구조가 탄탄하기 힘들기도 하다.

 

그에 반해 6년이 지난 후 <만리향>은 무대는 중국집을 그대로 떠온 듯 사실적이나 손님이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식당주인 일가의 이야기만 다룬다. 스쳐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집이자 직장인 곳이니 이야기가 당연히 풍성하고 구조 또한 탄탄하다. 게다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이라 거리감 없이 관객이 몰입하기에도 좋다.



 

선욱현이 쓴 <돌아온다> 역시 낯설지 않은 허름한 식당을 배경으로 삼되 손님과 주인을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고, 그에 앞서 가게 자체에 극 전체의 밑거름이 될 만한 이야기를 심었다. 이른바, 제목이 상기하듯 인연의 끈을 두고 일제 강점기와 현재 걸쳐 각각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영혼과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나하나 따로 떼어내보면 각각 좋은 실마리는 아니다. 미처 만나지 못하고 요절한 젊은 부부의 질긴 인연이나 우연히 스님과 치매기로 떠돌아 만나는 모녀나 갑작스레 제대를 앞두고 총기자살한 재일교포 가정, 술버릇에 질려 떠난 필리핀 아내를 기다리는 농촌의 현실 등 각자 기다리는 사연이 하나칻이 익히 들어본 듯하다.

 



하지만 기다리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은 신파극이지만 무심한 듯 희곡의 의도와 여백이 캐릭터를 잘 살린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이 어울려 좋은 조합을 이룬다. 이를테면 비빔밥이라고 해도 좋고 김밥이라고 해도 좋을 흔하다면 흔하고 편하다면 편한 이야기이나 요리 솜씨에 따라 분식도 맛집이 되듯이 관객 취향에 따라 과한 듯 너무 과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배우들을 아낌없이 썼고, 조연이나 단역 배우들이 각자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있어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필통과 301이라는 극단 체계가 가지고 있는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 극단 필통, 정컬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