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안정감이 돋보이는 무대

구보씨 2014. 1. 4. 13:55

제목 :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기간 : 2014/01/04 ~ 2014/02/05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출연 : 게오르그 폰 트랍 대령 역 – 이필모, 김형묵, 박 완 / 마리아 라이너 역 – 소향, 박기영, 최윤정 / 원장수녀 역 – 우상민, 양희경 / 엘자 쉬래더 역 – 김빈우, 황지현 / 막스 테드바일러 역 – 조승연 외

작곡 : 리차드 로저스

작사 :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편곡 : 조셉A. 베이커, 김은영

연출 : 김진영

제작 : 극단 현대극장

주최 : 극단 현대극장, TV조선



한국 뮤지컬 팬들은 왜 연말연시에 <지킬앤하이드>, <살인마 잭> 등 노래 부르는 살인마의 칼춤에 열광을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 적이 있었다. (제목이 주는 어감 때문인지 ‘잭 더 리퍼’로 바꿨다. 그러나 Ripper 자체가 살인광이라는 의미라 어감 차이일 뿐이다.) 이유를 한 가지 찾자면 한국식으로 변형한 작품을 보면 스릴러로 아슬아슬함은 덜 한 대신 추리소설식의 구조가 점차 극적인 노래를 부르기에 적합하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맘껏 드러내기 적당한 셈이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언제부터 영화관마다 3D안경을 구비했듯, 뮤지컬도 몇 년 사이 장르가 다채롭게 바뀌었다. 뮤지컬 붐을 타고 짓기 시작한 뮤지컬전용극장들이 속속 개관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다투는 군웅할거 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앞으로는 조승우의 지킬을 보기 위해 분초를 다퉈가며 예매를 하는 일은 드물 듯하다. 거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올라오지만 결국 살아남은 몇몇 작품만 재공연에 올라갈 것이다. 뮤지컬은 재공연이 되레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타는 형국이라, 몇 년 사이 추려질 것으로 보인다.

 


 

장르의 다양성은 곧 특정 타깃을 겨냥한 작품 제작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어린이 뮤지컬 제작 러시가 그러하다. 뮤지컬을 누리면서 큰 세대가 부모세대가 되고서 바뀌는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온 가족이 볼만한 작품은 없을까. 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패키지 상품으로 음료권 등을 묶어 가족석 4인석을 판매한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아이들이 들어도 좋을 뮤지컬 넘버, 누가 들어도 만족할 만한 음악을 선사한다. 주인공이 폰 트랍 대령의 일곱 아이들이라고 해도 좋으니, 아역의 노래나 연기가 작품의 완성도를 쥔 키이다.

 


 

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은 장점이지만 한계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영화로 들은 그 원작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성인 주연급이 트리플 캐스팅이고, 아역도 더블 캐스팅이니 호흡이 맞지 않으면 관객의 귀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배경인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넘나드는 유럽의 알프스를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할 지도 고민이었을 것이다.

 

무대가 올랐다. 내가 본 공연은 폰 트랍 대역 역에 박 준, 마리아 수녀 역에 최윤정 캐스팅이다. TV에서 눈에 익은, 이른바 티켓파워를 갖춘 배우들은 아니다. 원작 수녀 역이나 앨자 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막강한 티켓파워를 갖춘 배우들을 꾸리고 시작한 작품은 아니다. 가수 소향이나 박기영이 마리아 수녀 역으로 눈에 익숙하지만 가창력만큼은 한국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신뢰를 보내는 편이라 연기력에서 본다면 최윤정 배우가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윤정 배우는 뮤지컬 넌센스에서 본 적이 있는 배우로, 두 역할 모두 우연치 않게 수녀 역으로 만난 셈이다. 키가 작고 몸매가 아담한 데다 배역 상 화려함을 드러내는 의상, 분장이 없고, 무대 효과나 장치가 없다보니 넓은 무대를 채우는 카리스마는 덜하지만 노래는 물론 연기력이 안정감이 있다. 익히 아는 이야기이고 노래인지라 인터미션 포함한 2시간 30분이면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럴 염려는 없어 보인다. 주위에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 관객들이 제법 있었지만 어른 못지않은 집중력을 보였다. 대형 뮤지컬이라 표값이 싸지 않은 만큼 아이들이 칭얼거리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익숙함, 무난함, 온화함, 무엇보다 OST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안정감을 작품 장점으로 들 수 있다. 관객 취향이나 연령대행에 따라 추천해도 좋을 작품이다. 다만 오케스트라 없이 MR로 진행하다보니 빠른 전개에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시점이 미세하지만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주연배우들의 능숙한 리드에도 작품 외적으로 긴장감이 엿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고, 익숙한 내용과 곡이라 더 보인 부분일 수도 있다. 장르적 성격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세트이다. 앞서 말했듯 배경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합병을 둘러싼 시기로, 군인, 수녀, 학생이 등장하니 주 의상이 유니폼이라 의상이 주는 화려함을 기대하기 힘든 작품이다. 배경 역시 시골마을 수도원, 저택이니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는 하나, 어떤 식으로 극복했을지 궁금했던 차였다. 저택 2층 정도가 가장 큰 세트이고, 커튼을 내리고 조명을 모아 무대를 짠 정도라면 극장 규모를 줄이고, 중극장용 뮤지컬로 더 잘 맞지 않나 싶다. 

 


  

서울 공연을 앞두고 지방 공연을 두 차례, 서울 공연 이후 한 차례 유치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기에는 지금도 다른 작품에 비해 용이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어린이 뮤지컬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가족 뮤지컬로 타깃은 그 자체로 애매모호하다.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도 경쟁에 따른 흥행 여건이나 제작비 문제도 그렇고, 관객 입장에서도 가족뮤지컬이라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높은 수준의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유니버셜아트센터의 고풍스러운 극장 내부는 자체로 여느 극장과 다른 차이점이고, 작품 속 유서 깊은 폰 트랍 대령의 오랜 저택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사진출처 - 극단 현대극장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