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페이퍼로드 지적상상紙的想像의 길_Enjoy SAC] 2차원 위에 펼쳐진 시적 세계

구보씨 2012. 6. 1. 11:47

한가람미술관 로비에서 부대행사로 열린 갤러리토크에서 우연히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윤호섭 명예교수님(http://www.greencanvas.com) 강연을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절 기억못하시나, 전에 초청 강연을 부탁드린 적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직접 친환경 페인트로 작품을 그린 티셔츠로 사람들과 함께 환경에 대해 고민하시는 모습이 한결 같으셨어요. 이번 전시회에도 교수님 작품이 몇 작품 전시 중이였지요. 로비에서 열린 강연이라 다소 산만할 수 있었는데, 관람객의 관심도 아주 높았습니다. 




질문을 할 때마다 티셔츠나 만년 달력 등을 나눠주셔서 사람들의 눈망물이 초롱초롱하기도 했구요. 하신 말씀 중에 "집에 냉장고를 두 대 세 대씩 켜고 살면서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고, 그린디자인을 얘기한다는 건 퍼포먼스일 뿐"이라는 얘기가 떠오릅니다. 요즘은 환경보다는 같이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좋다고 하셨는데요. 환경을 접근하는 방식이 '녹색성장'이라는 엉뚱한 방식이 아닌 이렇게 문화와 어울리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러거 blueink63(blueink63)님

 

 

페이퍼로드, 어디로

“근현대화 과정에서 서양에 의해 교류가 끊어진 채로 서로 갈등을 거듭하면서 상대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동아시아 3국이 경쟁 구도로는 미래가 없다는 걸 깨닫고, 미래를 향해 동반자로의 동아시아를 종이의 길 위에서 함께 상상하자.” 취지를 보면 거를 거슬러 올라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좋은 취지지만, 규격에서 아예 벗어나 새로운 도구로 종이의 쓰임새를 고민한 ‘종이 프로젝트’처럼 다른 시선으로 보면, 개화기 당시 관점으로 동아시아 협력을 논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중국은 이미 ”따로 떨어지면 종이처럼 약한 존재“가 아니기도 하다. 교류 차원에서 아시아 디자인 문화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논의는 유효하지만 말이다.

 

"책, 포스터, 글꼴 디자인 등 현대적 종이 작품을 통해 '아시아적 디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종이를 통해 우리만의 창의력에 대해 고민해보자." 내용이 아닌 표지가, 연극이 아닌 포스터가, 상품이 아닌 광고로 시대를 견주어 보는 재미가 적지 않지만 디자인 자체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 아닌 이상, 의도가 판매나 홍보인바, 일상과 분리해 타이포그래픽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정치‘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포스터’(조영제)난 ‘방사능 계몽 포스터 No More Nuclear Power Plants!’(윤호섭)는 정치, 경제, 스포츠 등 시대상을 반영한다.

 

북 디자인 코너를 보면 출판사 별 구분이 아닌 동일 디자이너의 다양한 작품을 한 데 모아 색다른 재미를 준다. 하지만 외국 초청작이나 희귀본이 아닌 서점에서 팔리는 국내 서적까지 만지지 못하게 하는 건 심하다는 불평이 있다. 좋은 표지 디자인은 독자의 시선과 손길을 끌어 책을 펼치게 하는 목적일 게다. 디자인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책 내용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보면 손을 쓰지 않고 임의대로 펴놓은 부분만 흘깃 보고 지나가도록 한 진행은 배려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책을 출판사에서 대여했을 테고, 또, 마지막 날까지 온전한 전시를 위해서라도 손때가 묻거나 찢어지면 안 되는 여건일 것이다. 그래도 종이가 디지털과 다르게 오감을 자유로이 사용하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으니, 전시작들 사이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 사이 구분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원고 편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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