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왈츠를] 새로운 연극인 발굴 프로젝트
제목 : 지하철에서 왈츠를(그때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 + 울고 있는 저 여자)
기간 : 2011/03/17 ~ 03/27
장소 : 게릴라 극장
배우 : 하지은, 강현우, 김아라나, 홍승록, 서석규
원작 : 김경란, 김현영
연출 : 조승희
연희단거리패가 제작한 젊은 극작가전 가운데 김경란 작 ‘그때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와 김현영 작 ‘울고 있는 저 여자’를 합쳐 조승희가 연출한 <지하철에서 왈츠를>이다. 서울 못지않게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밀양 가마골을 모태로 삼은 극단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매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여는 연희단거리패 젊은 연츨가전 출품작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신춘문예 당선작이 아닌 낙선작이라도 상관없이 작품을 선별해서 올린다는 점이다. ‘그때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와 영상으로 만든 ‘가을비’는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최종심 작품들이다. 신춘문예의 한계랄지 소설이나 시도 당선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 얘기가 많지만 특히 텍스트가 연극 자체가 아닌 희곡인 경우 신춘문예 당선이 꼭 제작 연극의 완성도를 확보해주는 건 아니다. (신춘문예 당선작에 대한 예우는 물론 필요하고 한국공연예술센터 주최로 매년 연극으로 제작해서 오린다. 올해는 그중 연출가의 기량 등을 더해 우수한 작품을 골라 제작 지원을 강화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다시 올린다. 오는 4월 13일부터 올라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제작 지원에도 한계가 있기도 하고, 아무려나 완성도 있는 짜임새를 기대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신인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찾게 된다. 두 편을 한 편으로 이어붙인 공연은 각각 에피소드마다 2인극 형식을 취한다.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는 주인공 남녀 외에 2명의 조연이 등장하지만 생략했고, ‘울고 있는 저 여자’는 연희단거리패 연극/뮤지컬 레퍼토리로 2인극으로 줄인 듯하다.
두 작품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얽으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게 젊은 연출가 조승희가 첫 연출작 치고 잘 다듬었지만 ‘울고 있는 저 여자’의 경우 2004년 대산문학상 대상 작품으로 2005년 연극, 2008년 뮤지컬로 올라간 바 있는 기존 작품이라고 보면, 앞선 작품과 같은 비중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의 원작 결말이 맥이 없다고 보면 ‘울고 있는 저 여자’가 후반부를 맡으면서 다른 희망을 이야기하는 구조로 바뀐다. 테마가 젊은 연출가전이니, 조승희 역량 혹은 신인 배우들 기량을 가다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조연이나 단역이 아닌 각각 여배우 1명, 남자배우 2명이 출연한 공연은 10일 공연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공연이지만, 신인 배우들 5명이 고루 돌아가면서 연기를 하면서 연기를 완벽하게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남자 배우들 연기는 생각보다 안정된 편이고, 홀로 열연한 여배우 김아라나는 연기를 평가하기 이전에, 이런 표현이 맞나 싶지만 기존에 봐왔던 연기 패턴과 좀 다른 색다른 연기를 앞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하게 한다. 무대 위에서 생각이 많아 보이는 건 장점이 아니지만 그래야 그녀다운 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연출가전이라고 했으나,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풀어가는 방식이 무난한 수준이 아닌가 싶어서 정작 기대했던 바를 채운 건 아니다. 첫 연출이라고는 보기 힘들 만큼 오히려 다루는 솜씨가 노련해 보였는데, 오히려 세세한 기법에 매달리는 건 득이 안 되지 않을까 싶다.
극이 담고 있는 위로나 위안이 20대를 조로증으로 몰아가는 세상에서 미덕이 될 수 있지만 맞부딪히는 순간이 분명히 필요하다. 동구의 자살이나 사회구조와 양떼의 의도치 않은 집단 자살과 맞물리는 해석은 다분히 기존 방식이나 해석에서 더 나아간 얘기는 아니다. 새롭다거나 도전적이라거나 하는 게, 젊은 연출가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면모를 보여주길 희망한다.*
*2008년 뮤지컬 버전 '울고 있는 저 여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