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스펠 GODSPELL] 어머니와 함께 첫 나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서 그 앞쪽으로 호젓하게 걷다보면 나오는 제일화제 세실극장. 대학로,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만 떠돌다가 간만에 색다른 분위기의 극장을 찾았습니다. 이날이 특히 저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가스펠>을 어머니와 함께 둘이 보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이 지긋해지셔서 무릎도 아프시고, 추운 날씨에 거동도 쉽지 않으시지만, 어머니는 신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오랜 만에 덕수궁도 와보고(비록 흘깃 지나쳤지만요), 변변치 않지만 외식도 하고 말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가스펠>을 꼭 보고 싶었던 이유는 어머니가 공연을 좋아하시는 줄 뒤늦게나마 알게되기도 했지만, (저와는 달리) 독실한 기독교 신자시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식사도 마치고 왔는데도, 1시간이 일찍 왔습니다. 넓지는 않지만 아늑한 듯 로비에서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돋보기 안경을 끼시고 <가스펠> 팸플릿을 열심히 들여다 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잘 왔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자리도 앞쪽으로 배정을 받았구요. 1시간을 기다리는 내내, 어머니는 지루해하시도 않고, 조용히 기대를 품고 공연 시작을 고대하셨습니다.
입장을 하니, 중극장 무대를 레고블럭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민 무대가 보입니다. 어떤 전개와 구석을 보여줄까 점점 기대가 됩니다. 내용은 성서를 따왔다는 것, 또 성서의 무게가 워낙 무겁다 보니, 함부로 손을 대기도 그렇다고, 그대로 두지도 않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는 것을 팸플릿에서 봤던 차여서, 무대가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10명의 젊은 배우들이 아주 잘생기고 예쁘고 늘씬한 배우들만 구성된 건 아닙니다. 장기 공연에 관객의 수는 점차 줄어들 테고, 평일 두 번 공연을 올리는 강행군에 지칠 법도 합니다. 다행히 객석은 반 이상은 찬 듯 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저 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이 품은 마음가짐이지 싶습니다. 장기공연이라 그렇고, 신앙으로 하나된 모습이어서 더욱 그러겠지요. 배우들이 호흡이 아주 척척 맞아떨어집니다. 또 각자 노래 실력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 싶습니다.
부담없는 놀이형식으로 그림자극도 펼치고, 마임도 펼치고, 시시때대로 무겁지 않게 코믹한 요소도 들어가서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신약성서 예수님의 삶을 이해하기에 부담도 덜하고, 무리도 없습니다. 전에 들었던 기억을 두고 얘기하자면, 따분하고 강요하는 설교 대신 이런 식으로 무대극으로 올리면 젊은이들이 참으로 좋아했을 것입니다.
간소한 무대와 소품을 아주 잘 활용합니다. 극 시작전 꽤나 커보였던 무대가 이제 그들의 '놀이터'처럼 보입니다. 어쨌거나 신앙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신앙을 가진 분들이 연말에 찾으면 정말 좋을 공연이겠다 싶습니다. 어머니는 극 중반부터는 예수님 역을 맡은 배우의 말에 고개를 깊이깊이 숙이며 동의를 하십니다.
저에게는 어머니와 함께 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연말이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립니다. <가스펠>의 잔잔한 감동이 버겁게 이 순간을 지내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 아삽프로덕션
뮤지컬 갓스펠 소개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385375&cid=42611&categoryId=42611